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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통은 어느덧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가 되었다.

지속적인 두통을 처음 느낀 게 벌써 10년 전이니깐 강산이 변하는 동안 나와 함께한,

나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낸 끈기 있는 관종이다.

 

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두통약을 나의 상비약으로 당연히 준비되어야 할 준비물이었다.

해외출장 갈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건 당연히 두통약이었고

사무실에서도 내 서랍엔 두통약이 존재하며, 내 차에도 당연히 있다.

 

그 사이 타이레놀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 거 같아서 이지엔식스로 갈아타서 먹고 있다.

약 사먹은 돈으로 대웅제약 주식을 샀으면…. 어휴ㅋㅋㅋㅋㅋㅋㅋㅋ

 

 

두통이 최고조였던 시기를 골라보자면, 나의 지옥 같았던 전 직장과

지금 직장에서 스트레스 쎄게 받았던 때인 거 같다.

그땐 정말로 매일 약을 먹었다. 머리 양 옆이 지끈거리고 두꺼운 고무관 안쪽을 무언가가 힘겹게 지나가는 듯한 통증이 계속 있었고

요즘 들어서는 나의 머리를 5:5 가르마로 갈라서 왼쪽 뒤통수가 띵하게 계속 아팠다.

 

두통 없이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. 전 직장에서 지금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에 2개월 정도 쉰 기간이 있는데, 그땐 정말 아팠던 기억이 없다.

아니, 아팠는데 그 기간 동안에 내가 너무 편해서 아팠던 기억이 삭제되었는지도??ㅋㅋㅋㅋㅋ

 

나보다 더 강한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직장인들과, 한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시는 우리 아부지께 존경을 표한다.

아부지의 수납장에 가면 게보린이 언제나 있었다. 나처럼 줄기차게 드시는 거 같진 않지만, 그래도 두통약을 상비약으로 가지고 계신다는 것은 그만큼 아프셨다는 건데. 가슴이 먹먹해진다.

 

두통이라는 강력한 관종과 함께 살아온 10년이라는 세월 동안에 신경외과도 가보고 통증의학과도 가봤다.

신경외과에서 처방해 준 약은 그 때만 괜찮고 2달 지나니,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

워낙 안 좋은 자세로(지금도 그러고 있었네??ㅋㅋ) 앉아서 일하다 보니 일자목을 지나 역커브형 목이 된 나의 자세로 인해 머리가 계속 아픈 거 같아서 통증의학과를 다녀봤지만, 사실 나아지지는 않았다.

 

이젠 두통과의 동행을 그만하고 싶다. 차가운 이별 선언이 가혹하다면 분기 별로 한 번씩만 나를 찾아와줘도 괜찮을 거 같다.

오늘 오전에도 딱 아프려고 머리에서 시동을 거는 느낌이 들길래 더는 못 참겠다. 하고 두통과 관련된 병원을 다시 수소문했다.

지금 내 나이에 벌써 이렇게 아프다간 할아버지 되기도 전에 큰 일이 날 꺼 같아서 미리 화재진압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다녀보려고 한다.

 

나와 같은 만성두통 환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, 제발 우리 참지 말고 게보린, 타이레놀, 그날엔, 이지엔식스 그만 사먹고 병원가서 제대로 진찰을 받아봤으면 좋겠다.

그리고 그냥 동네에 신경외과 가지 말고

대한두통학회, 대한신경과학회 찾아보고 믿을만한 의사와 믿을만한 병원을 찾아가기 바란다.

나와 같은 고통은 내가 이미 충분히 느껴본 거 같으니,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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